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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업무동향지수 보고서로 본 AI 시대 중간관리자의 역할

mindofwoodman 2026. 6. 4. 11:44

AI가 청년 일자리는 줄이고 시니어 일자리는 늘린다는 기사를 봤다. AI를 잘 다루는 능력은 단순한 툴 사용법이 아니라, 업무를 구조화하고 지시하고 검수하는 능력에 가깝다는 내용이었다. 신입보다 경력자와 중간관리자가 AI 활용에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들은 이미 사람에게 일을 맡겨보고, 결과물을 점검하고, 업무 맥락을 조정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문장에서 잠시 눈길이 멈췄다. 몇 달 동안 AI를 업무에 써보며 내가 느꼈던 감각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기사들을 더 찾아보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이 발표한 2026 Work Trend Index 보고서, 그리고 그 안에서 쓰인 ‘프런티어 프로페셔널’이라는 개념을 보게 되었다. 관련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았다. 직원은 이미 AI를 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설명, 리더들이 직접 AI를 써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이 이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이 발표한 2026 Work Trend Index 보고서 표지

 

내가 주목한 것은 보고서의 화려한 전망보다, 조직의 AI 전환이 결국 사람의 업무 방식과 리더의 사용 경험에 달려 있다는 대목이었다.

 

낯선 말들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몇 개의 기사와 영상만으로 ‘프런티어 프로페셔널’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개념이 요구하는 능력이 업무를 구조화하고, 지시하고, 검수하고, 책임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현장의 장급 이상 선배 직원들이 오래 쌓아온 경험과 맞닿아 있어 보였다.

 

스스로를 그 개념 안에 밀어 넣고 “나는 잘하고 있나”라고 대입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AI를 활용해 일하면서 느꼈던 감각과 회사 안에서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며 해온 경험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듯했다.

 

그 감각은 작년 9월 이후의 경험과 이어져 있었다. 여러 인공지능 서비스를 유료로 구독하며 업무에 쓰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문장을 다듬고 자료를 요약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도구로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익숙한 감각이 들었다.

 

AI에게 업무의 배경을 설명하고, 원하는 결과물의 방향을 말한다. 첫 답변을 받은 뒤 부족한 부분을 짚고, 다시 지시한다. 결과물을 검토하고, 최종 판단은 내가 내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것은 내가 평소 직원들과 회의하거나, 업무 지시를 내리고, 중간보고를 받고, 다시 방향을 잡아주는 과정과 무척 닮아 있었다.

 

AI를 잘 쓴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빨리 익힌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을 구조화하고, 맡기고, 검수하고, 다시 지시하는 능력에 가까웠다. 나는 AI를 쓰면서 좋은 프롬프트를 따로 찾아내기보다, 내가 사람에게 일을 시키던 방식을 점점 더 그대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낯설지 않았던 이유

 

내가 그 설명을 낯설게 느끼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인테리어가구회사에서 일하다가 목재회사에 경력직 과장으로 입사했다. 처음 발령받은 곳은 사무실이 아니라 생산현장이었다. 몇 해 동안 생산실무를 익히며 생산과 물류에 필요한 기구와 기물을 만들고, 더 나은 생산장비를 고민했다.

 

이후 영업부서로 옮겨 외근 영업을 했다. 건축사사무실과 인테리어업체를 찾아다녔고, 방문 손님을 위해 상담실과 샘플랙을 정비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었다. 목재는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자재였다. 수종명과 규격을 말해도 고객은 그것이 실제 공간에서 어떤 표정으로 쓰이는지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블로그에 목재 사진과 사용 사례를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업을 위한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블로그는 상담 도구가 되었다. 비슷한 문의가 들어오면 링크를 보내줄 수 있었고, 블로그를 본 누군가가 먼저 상담을 요청해 오는 일도 생겼다. 지금은 이런 일을 SNS 마케팅이라고 부르지만, 내게는 현장에서 고객에게 목재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시작한 기록이었다.

 

블로그로 시작한 기록은 나중에 목재와 공간, 사람을 다루는 더 큰 기록 작업으로 이어졌다. 생산현장에서 손으로 일을 배웠고, 영업현장에서 고객의 언어를 배웠고, 블로그와 잡지를 만들며 기록의 힘을 배웠다. 관리업무를 맡게 된 뒤에는 후배들과 일을 나누고, 업무를 맡기고, 결과를 검토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목재와 공간, 사람을 기록하려는 시도는 블로그를 넘어 잡지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처음부터 차담회라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에는 여느 회사처럼 결재라는 절차가 있었고, 나 역시 한동안 내가 보고 배운 방식대로 결재를 했다. 결재권자는 앉아 있고, 결재를 받는 사람은 앞에 서서 듣는 방식이었다. 코칭보다는 지시였고, 멘토링보다는 일장훈계에 가까웠다.

 

그러나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이 달라질수록, 그런 방식만으로는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잦아졌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X세대인 내가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했다. 그래서 결재 시간을 조금씩 차담회에 가까운 분위기로 바꿔갔다.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업무 내용과 계획을 듣는다. 승인하거나 반려하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 그 업무의 의미, 실무자가 배워야 할 역량,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기록해야 후배들에게 실무 교본으로 남길 수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한다.

 

그제야 AI와 대화하면서 느낀 익숙함의 이유가 조금 보이는 듯했다. AI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은 내가 차담회에서 후배에게 업무의 맥락을 설명하고, 결과를 보고 받고, 다시 방향을 잡아주던 과정과 많이 닮아 있었다.

 

신입의 위기와 중간관리자의 역설

 

AI 시대의 고용 문제를 말할 때 사람들은 주로 취업문을 떠올린다. 신입과 저연차 직원이 맡던 정형화된 업무는 AI에 먼저 노출되고 있다. 자료 조사, 문서 초안, 회의록 정리, 단순 보고서 작성, 기초 코딩, 데이터 정리 같은 일들은 조직 안에서 신입이 처음 맡아보던 업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이 AI의 도움을 가장 쉽게 받는 영역이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효율이 올라간다. 예전 같으면 신입에게 시키고 선배가 고쳐주던 일을, 이제는 AI가 몇 분 만에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 그러면 회사는 묻게 된다. 굳이 신입을 뽑아 오래 가르쳐야 할까. 당장 일할 수 있는 경력자를 뽑고, 부족한 부분은 AI로 메우면 되지 않을까.

취준생에게는 차가운 질문이다. 그러나 더 깊은 문제는 입사 이후에 있다. 운 좋게 취업에 성공해도, 신입은 일을 배울 사다리를 잃을 수 있다.

 

예전에는 단순해 보이는 일이 배움의 출발점이었다. 회의록을 쓰며 회의의 흐름을 배웠고, 보고서 초안을 쓰며 상사의 문제의식을 배웠고, 고객 응대 문안을 고치며 업계의 언어를 배웠다. 선배가 고친 흔적은 단순한 수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조직의 판단 기준이 후배에게 전해지는 과정이었다.

 

AI가 초급 업무를 먼저 가져가기 시작하면, 신입은 실수하며 배울 기회를 잃기 쉽다.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초안을 보게 되지만, 왜 그 문장이 맞는지, 왜 저 표현은 현장에 맞지 않는지, 왜 그 순서로 보고해야 하는지는 몸으로 배우기 어렵다. 결과물은 빨라지지만, 배움의 경로는 가늘어진다.

 

카페는 업무 과정을 남기는 기록의 장소이고, 차담회는 그 기록을 다시 해석하는 자리다.

 

중간관리자의 문제도 여기서 갈라진다. AI는 중간관리자를 한꺼번에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치 원심분리기처럼 중간관리자라는 이름 아래 섞여 있던 세부 역할을 분리해 낸다. 부하 직원이 올린 자료를 취합하는 사람, 상명하달식 전달자, 서식·양식 수호자, 오탈자 감시자의 역할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일을 나누고, 맥락을 주고, 결과물을 검수하고, 책임지는 사람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일을 맡기고 결과를 확인해 본 경험 자체는 대부분의 중간관리자에게 있다. 차이는 그 경험의 깊이에 있다. 어떤 관리자는 일을 나눠주고 결과만 확인하지만, 역량 있는 중간관리자는 팀의 목표를 설명하고, 각자의 역할이 어디에 연결되는지 알려주며, 중간 결과를 보면서 방향과 사기를 함께 조율한다.

 

이런 사람에게 AI는 단순한 검색창이나 자동 작성 도구가 아니라, 일의 흐름을 함께 점검해 볼 수 있는 추가 인력처럼 보일 수 있다. 결과물이 그럴듯해 보여도 현장과 팀의 맥락에 맞는지 다시 살피는 감각도 그런 경험 속에서 쌓인다.

 

AI에게 일을 맡기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막연히 “좋은 기획안을 써줘”라고 시키면 그럴듯하지만 얕은 답이 나온다. 이를 두고 AI를 ‘우문우답, 현문현답 기계’라고 풀이한 사람들도 있다. 어설픈 질문에는 어설픈 답이 나오고, 맥락이 있는 질문에는 맥락이 있는 답이 나온다는 뜻이다. 배경, 목적, 제약 조건, 독자, 현장 상황, 판단 기준을 알려주면 답의 질이 달라진다. 첫 답변을 그대로 믿지 않고, 무엇이 빠졌는지 짚고, 다시 묻고, 여러 답을 비교하고, 최종 판단을 사람이 내려야 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말한 ‘프런티어 프로페셔널’도 이런 방향의 사람들에 가까워 보인다. AI를 자주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함께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은행이 말한 ‘연공편향 기술변화’ 역시 같은 문제를 다른 쪽에서 보여준다고 읽힌다. AI는 정형화된 초급 지식 업무를 먼저 흔들지만, 조직관리와 암묵지, 대인관계가 필요한 업무에서는 경력자의 판단을 보완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경력자와 중간관리자가 과거에 신입 시절을 거치며 그 감각을 배웠다는 데 있다. 앞으로 신입이 초급 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줄어든다면, 몇 년 뒤에는 AI에게 일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 중간관리자 후보군도 줄어들 수 있다.

 

AI가 신입 업무를 대체하고, 신입이 일을 배울 기회를 잃고, 그 결과 미래의 중간관리자도 자라지 못하는 구조. 나는 이 지점이야말로 조직이 오래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과정을 남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해오던 기록 방식도 다시 보였다. 나에게 기록은 오래전부터 업무 방식의 일부였다. 블로그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실장 시절부터 내가 최종결재권자인 업무는 가능한 한 파일철에 묶어 서류함에 넣는 대신 네이버 카페에 남겼다. 업무별로 카페를 만들거나, 비슷한 업무는 기존 카페에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회사 밖에서도 확인하기 쉬웠고, 시간이 지나도 검색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책상 뒤의 문서 보관용 캐비닛이 하나둘 치워졌고,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서류와 줄지어 선 서류꽂이도 줄어들었다. 종이 서류는 보관 장소에 머무는 기록이지만, 카페 기록은 다른 사람도 찾아보고 바로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기록이었다.

 

지금 내가 맡은 디지털전환팀도 업무 소통을 2년 전 개설한 업무용 네이버 카페를 통해 한다. 그러니 AI와 나눈 업무 대화를 카페에 글로 남기는 것은 내게 낯선 일이 아니었다. AI와의 대화는 단순한 채팅이 아니었다. 지시와 보고와 검토가 이어지는 또 하나의 업무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그 과정 역시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고 보았다.

 

AI에 대한 구성원들의 시각이 바뀌게 된 계기도 있었다. 영업부서 5년 차 무렵인 2017년, 나는 그간 영업 현장을 뛰며 관찰한 목재 수요 변화와 소비 흐름을 정리해 「목재시장보고서: 시장분석과 운영 기획」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보고서는 한 번 쓰고 끝난 문서가 아니었다. 이후 해마다 연말이면 다시 꺼내 지나온 한 해의 흐름과 비교했고, 임직원들의 논의를 거쳐 업데이트한 내용은 새해 연간 사업계획의 기준점이 되었다.

 

그런데 2025년 말 업데이트 회의는 조금 달랐다. 나는 임직원 회의에 앞서 세 개의 AI와 먼저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시장 흐름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관점의 분석을 받아보고, 어떤 의견은 받아들이고 어떤 대목은 다시 물었다. 이후 AI와 나눈 회의 대화와 업데이트된 「목재시장보고서」, 그리고 그 과정을 돌아본 정리 글까지 블로그에 각각 따로 작성해 사내에 공유했다.

 

2025년 말, 목재시장보고서 업데이트 회의는 세 개의 AI와 먼저 진행됐다.

 

그 뒤 직원들이 AI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는 거창한 선언으로 오지 않았다. 어느 순간 직원들이 자신이 쓰는 AI에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챗GPT를 쓰는 직원은 “챗사원”이라고 불렀고, Gemini를 쓰는 직원은 “제사원”이라고 불렀다. “어제 회의 내용을 챗사원과 상의했더니”, “제사원으로 만든 이미지를 첨부했습니다” 같은 말들이 회의와 업무 대화 속에서 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들렸지만, 나는 그 표현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직원들이 AI를 개인적 호기심이나 유행이 아니라, 업무에 함께 투입되는 추가 인력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안도감이 들었다. 큰 마찰 없이 회사가 AI를 업무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환기로 넘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걱정도 생겼다. 특히 신입과 저연차 직원들이 AI에게 너무 빨리 기대면, 사회 초년생 시기에 몸으로 익혀야 할 조직문화, 대인관계, 선배들의 암묵지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과정의 기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AI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AI를 쓰는 과정 속에서도 사람이 어떻게 판단하고, 무엇을 의심하고, 어떤 기준으로 결과를 고치는지를 후배들이 볼 수 있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WTI 보고서 관련 기사에서 눈길을 멈춘 것도 바로 이 대목이었다. ‘프런티어 프로페셔널’이라는 용어 자체보다, 그 말 뒤에 놓인 일하는 방식이 중요했다. 조직의 AI 전환을 위해서는 관리자와 리더들이 먼저 AI를 직접 써볼 필요가 있다는 것. 실무 경험이 많은 선배 직원들이 AI를 써보며 드러나는 판단과 시행착오를 후배들과 공유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는 것. 나는 그 내용을 오래 곱씹었다.

 

나는 게시글마다 별도의 구구절절한 해설을 덧붙이지 않는다. 해설까지 붙이면 게시글은 친절해질지는 모르지만, 직원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볼 여지는 줄어들 수 있다. 대신 필요하면 회의나 1:1 차담회에서 다룬다. 카페에 올린 업무 기록과 AI 대화록은 실제 회의와 차담회의 단골 주제가 된다. 어떤 업무는 이전 게시글을 함께 보며 흐름을 짚고, 어떤 AI 대화록은 “왜 이렇게 물었는가”, “왜 이 답변은 버렸는가”, “우리 업무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는 재료가 된다.

 

카페는 기록의 장소이고, 차담회는 해석의 장소다. 이 구조가 중요하다. 기록만 있으면 자료 창고가 되기 쉽고, 대화만 있으면 시간이 지나 사라진다. 기록은 남고, 해석은 사람 사이에서 다시 살아나는 자리가 생긴다. AI와 나눈 업무 대화록은 그 중간에 놓인 새로운 재료다.

 

예전의 선배는 옆자리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후배를 가르쳤다. 이제는 일하는 모습의 상당 부분이 화면 안에서 벌어진다. 그렇다면 그 화면 안의 과정도 기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AI에게 일을 시키고, 보고를 받고, 고치고, 다시 판단하는 과정이 남아 있을 때, 후배는 선배가 어떤 기준으로 일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AI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 그러나 일을 배우는 시간까지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을 줄여버릴 수도 있다.

 

“어제 회의 내용을 챗사원과 상의했더니”, “제사원으로 만든 이미지를 첨부했습니다”라는 말이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회사 안에서 더 이상 농담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그 말들이 앞으로 신입이 일을 배우는 자리와 선배의 판단이 전해지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경륜 있는 선배들이 AI를 더 많이 써보고, AI와 함께 일하는 감각을 먼저 익혀야 한다는 말에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진다.